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어정쩡한 새 해 인사 - 윤 정 숙

기사승인 2023.02.19  19:12:39

공유
default_news_ad1
드디어 달이 바뀌어 2월이 되었다. 
 해가 바뀐 게 어제 같은데 어느 새 한 달이 지나갔나 하는 당혹감과 낭패감도 있지만, 더 이상 새 해 인사를 들을 일도 또 할 일도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 비슷한 기분이 들어 모처럼 홀가분하다.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고 새 달력이 나오게 되면 나는 제일 먼저 음력 1월 1일이 양력으로 언제쯤인지 헤아려 보는 버릇이 있다. 대부분의 달력이 양력을 위주로 제작되고, 음력은 양력 날짜 밑에 보름 단위로 작은 글씨로 씌어 있어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신경 써서 들여다보고 기억해 두곤 하는데, 그것은 새 해 인사를 하고 받을 기간을 나름대로 가늠해 보자는 속셈이다. 금년에도 예외 없이 그런 절차를 거쳤고, 음력 설이 1월 중순을 살짝 지나는 지점에 있어 조금은 편한 마음이 되었다. 어떤 해는 2월 중순경에 음력 설이 들어 두 달 가까이 ‘새 해’ 인사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 같은 어이없는 경우가 있어서다.
 
 텔레비전을 통해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며 2022년도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맞았다. 우리 집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제례(祭禮)며 세배 받기와 덕담(德談) 건네기 등 과세(過歲)를 양력으로 치르고 있다.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새 해 맞이’를 양력 1월 1일을 기해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금년에는 일요일과 겹쳐 교회 1부 예배에 가서 하느님께 새 해 첫 기도도 올리고, 만나는 교인들에게 새 해 인사도 주저없이 상큼하게 했다. TV에서도 돌리는 채널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나운서며 연예인 등 방송인들이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앵무새처럼 뇌고 또 뇌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해가 바뀐 데서 오는 설렘과 막연한 기대 속에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꼭 그쯤으로 족했다. 새 해를 맞아 무언가 계획하고, 다짐하고, 결연하게 시작 혹은 출발한 이들이 나를 비롯해 적잖이 있을 것이었다. 
 
 헌데, 달리기를 한참 한 것 같은데 다시 출발점이란다. 텔레비전에 다시 한복이 등장하고, 새 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도처에 흩날리고 있다. 음력 1월 1일이 다가온 것이다. 계획만 세워놓고 미처 실천에 옮기지 못한 사람들에게 면죄부라도 주려는 심산일까, ‘새 해’가 비로소 또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한 달 가까이나 ‘새 해’ 타령이 온 나라 곳곳에서 넌출거렸다.
 왜 음력 1월 1일을 기해 굳이 다시 ‘새 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인지 해마다 나는 불만이다. 거의 모든 나라가 양력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모든 행정 절차가 양력을 기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 새삼스레 ‘새 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새 해’라는 개념은 양력에 두고, 민족의 정서상 음력 1월1일은 추석처럼 설 명절이라고 하여 그냥 즐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성격이 괴상해서이겠지만 나는 ‘복 많이 받으라’는 말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쪽이다. 그냥 인사말이니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그리고 나 역시 그 문장을 별수 없이 쓰고 있는 처지지만, 그 인사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노력이라든가 수고는 없이 어떤 횡재(橫財)만을  기대하는 것 같은 떳떳잖은 마음이 되어서다. ‘복 많이 짓는 한 해 되십시오’ 혹은 ‘복 많이 베푸는 한 해이기를 바랍니다’ 라고 하고, 설 명절에는 ‘새 해’라는 낱말은 빼고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오’ 혹은 ‘행복한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로 대체하면 어떨까 싶다.
 
 오래전에 정부에서 음력 설을 막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저항하는 차원에서 양력 설은 형식적으로 보내고 음력 설은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쉬쉬하면서 나름 성대하게 지내면서 소위 이중(二重)과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그 때 길들여진 정서가 음력 설을 ‘새 해’로 고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는 바지만, 세계인과 함께 우리의 시간도 태양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음이 분명하다. 다만 오랜 관습이 무의식 속에 굳어져 양력에도 음력에도 ‘새 해’라는 말을 생각 없이 붙여 쓰게 하는 성싶다. 허나 이런 혼란스런 표현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학계(學界) 등 나라 안 지도자와 TV 등 매스컴이 나서서 ‘새 해’에 대한 개념과 올바른 사용을 계도(啓導)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금년에도 역시 나는 음력 설을 전후해 여러 날을 어정쩡한 표정을 지으며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고, 그 대거리를 한답시고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란 인사를 상대에게는 들리든 말든 입속으로 우물댔다. 
 

. .

<저작권자 © 금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default_setNet4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setNet5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