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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바위 - 김성호 (시인, 성미출판사대표)

기사승인 2019.07.16  13: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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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생물들을 무릇 익히는 순환의 여름계절이 돌아왔다. 짙은 녹색 향기가 어깨를 펴게 하는 온화한 기운이 피부 속으로 솔솔 감겨든다. 미세먼지로 대기 질이 나쁘다는 일기예보의 경고를 무릅쓰고 집을 나서자마자 이 골목에서 저 골목, 이 건물에서 저 건물들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옛날에 산림만을 거둬낸 그 높이 위에다 그대로 지어 올린 밀집 주거지 일대의 길은 경사가 가팔라 숨이 가쁠 정도이다. 덕분에 모처럼 걷기 운동에 세 시간을 소요했다. 수분 부족으로 목이 약간 마르다는 것과 간밤의 짧은 잠으로 졸음 기운이 느껴지는 탓인지 머리에 살짝 미열 기운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징후는 없었다.
  조물주의 창조설계 안에서 땅의 생성과 더불어 존재로 솟아올랐을 태고부터의 산을 나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 왔다. 그 산 정상에는 사시사철,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한우물이 있고, 그 고귀한 유물을 둘러싼 생물은 언제나 독야청청한 소나무 무리와 규모나 생김새들이 저마다 다른 너덜 바위들이다. 한우물의 샘이 그치지 않도록 목청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조류 중에는 털빛이 온통 검은 까마귀 수가 특히 많다.
  정상 이름이 호암산인 그곳에는 서향 편 하계 어느 곳에서든 쉽사리 볼 수 있는 큰 바위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다. 그때나, 이제나 회색빛은 변치 않고 한결같다. 수목들은 바람결에 맞추어 몸 운동이라도 하는 듯이 소리를 내지만, 그 바위에게서는 지금까지 생물의 숨결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영원한 침묵자인 그 모습에서는 눌러앉아 성가시게 장난치는 대상을 물리치는 예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눈부신 햇살을 반사하는 표면에서는 고운 순결이 흐르기까지 한다. 힘의 과시로 약한 자를 물어뜯거나, 잡아 흔들어 못살도록 행패를 부린다거나, 남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불순한 짓거리는 전혀 하지 않는 점잖이 정형화되어 있는 듬직한 바위이다.
  자연이 베푸는 혜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참으로 우리 고장을 언제까지나 지켜주는 건각자 중의 건각자인 영물 바위이다. 전능자의 단 한마디 말씀으로 높게 부각되어 세상으로 하여금 우러러보게 하는 영원한 젊음의 핏줄이 아닐 수 없다. 인류로 하여금 목표지로 삼게 하고 그 도전에 나선 발길 자들의 등줄기에 땀 베이게 하는 그 위용은 실로 의기를 이끄는 강한 신령의 힘이다.
  남의 눈치나 보며 움직이는 척 행동은 본연의 자신이 아니므로 감정의 위선이다. 침착한 태도에서 심령을 안심시키는 언행이 나오고, 잃지 않겠다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욕심의 악착보다 가벼운 웃음이 인간다운 모습이다.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믿음을 신뢰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힘은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 끌어올려진다.


 신간≪그리스도를 따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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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금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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