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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교의 눈물 - 홍경흠

기사승인 2020.09.07  18: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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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에서 좁교를 만났다.
야크와 물소의 교배에서 태어난 잡종이다.
히말라야 산맥 다울라기리 산 뒤편에 자리한 무스탕지역 네팔과 티베트의 국경 지역인 이곳엔 사람을 위해 태어난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족처럼 아끼는 좁교는 일명 가장 불쌍한 동물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한마디로 너무 환해서 그의 내부엔 적막만이 쌓이는, 알면 알수록 멀미가 난다.

 평생 일만 하기 위하여 태어난 동물, 그것도 5,000m가 넘는 험준한 히말라야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짐을 운반하다가 지쳐 쓰러지거나 다쳐도 그것으로 끝, 태어나서 평생 단 한번이라도 편히 쉬지 못하는 그 길에서 일생을 마감한다. 온순하고 힘이 센 동물로, 쓰다듬으면 긴 혀로 쓱쓱 핥으며 눈물 뚝뚝 떨구는 어둠의 시간이 까딱까딱 졸고 있을 뿐이다.

 고지대나 저지대를 두루 오르내릴 수 있기에 험준한 곳일수록 더 적격이라는 좁교는 태어나서 3세부터 일을 시작하여 10세 정도 되면 수명을 다하는 더구나 2세도 생산하지 못하는 운명으로 포터 2~3명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아도 때론 초점 없는 눈 굴리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에 메아리조차 없어서 너를 보는 일이 죄짓는 것 같아 괜히 무섭다.

 좁교는 산 곳곳에 있는 마을에 필요한 생필품이나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음식과 트레킹 등산객의 짐을 운반 한다. 일하는 도중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짬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네팔 정부는 짊어질 수 있는 짐의 무게를 60kg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숙명일까 운명일까, 인간의 삶은 참 이기적이라서, 선택의 순간이 없다는 것이 좁교의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아닐까 한다.

 단 한 번뿐인 삶, 힘이 센 만큼 일도 잘하는 인간은 그런 속성을 철저하게 이용해서 씁쓸한데 어떤 희망의 가능성도 없기에 일과가 끝난 우리에서 멍하니 별을 쳐다보는 모습에서 이놈의 허무라는 말이 왜 태어났을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은 확 풀리고, 배려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 제 몫 챙기기에 바쁜 인간의 먼지 잔뜩 낀 검은 마음의 필터는 언제쯤 교체할지? 사뭇 궁금하다.

 좁교가 산을 오르내린다.
퉁퉁 부은 발등에 난 상처는 말이 없다. 오르내릴 때는 오직 무사히 오르내리는 일만 생각한다는 저 눈망울, 설산 까마득히 샌드백처럼 묵묵히 걷고 있다.
인간이 져야 할 짐을 대신 지고 그 길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한사코 바깥으로 뛰쳐나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흔들리고 흔들려 작아져 버린 나, 또다시 대면하게 될까 두려운 마음으로‘좁교’를 읊어 본다.

 야크와 물소 교배로 태어나 2세를 둘 수 없어도 / 희망을 하루에 몇 짐씩 선사하는 / 총총 박힌 굴곡진 사연 / 세월에 쓸려 / 히말라야 계곡과 능선을 오르내린다. // 그러다 무거운 짐과 함께 쓰러지거나 다쳐도 / 흩어지는 먼지일 뿐 / 휜 기다림 한 가닥 없는 샌드백 / 진저리나는 가능성을 꼭 쥐고 / 눈바람 맞는 날엔 조금 더 힘이 세진다. // 누군가 너를 보고 길을 찾아도 / 단지 지나가는 인사말이고 / 다녀야 할 길들이 발목을 꽉 물고 늘어져 / 눈물 뚝뚝 떨구면 / 잔털 하나 없는 살덩어리 고기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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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금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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