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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가요? 행복합니다! - 홍경흠

기사승인 2020.07.07  10: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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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붓꽃의 시인 김해진의‘산에 가는 이유’는, 오래전 사라진 경전이 돌아왔다.

 산을 오르면서 부는 바람을 배경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삶의 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니 술 한 잔 같은 삶 혹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같은 삶이지만, 때로는 용감하게, 때로는 절망하며,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은 아름다운 도전은, 빛깔을 한 겹 한 겹 입힐 때마다 언제나 바람 한 점이 다녀갔지만, 그런 삶의 열쇠 꾸러미가 철거덕 거리는 것은,

“부엽토 냄새와 병원 소독 냄새”를 절묘하게 바느질한 솜씨에서, 눈물 마른 창백한 안색이 절망을 쫓아내는 단단한 이성은,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가를 보여줌으로서 냉혹한 시간 앞에 세상은 아파하고, 냄새를 매개로 머물던 시간과 딛는 시간의 동일성은, 내가 사는 공간이 다른 세계에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경험하고픈 세상이다. 어떤 것도 머무르지 않지만 어떤 것도 머무르는,

“어린 시절, 30, 40, 50대에 이르러”하루해가 저물어도 등불을 켜고 이 세상이라는 벌판에서 소침할 수밖에 없었을 때,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존재에게, 밤을 새워 본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일갈하고 있다. 열심히 살라는 지시문이거나 제안서 같은 문맥은, 누구나 쫴야 할 햇빛이다. 바동거리며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입에 담지 말라, 이것은 죄다 불안에서 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야생화가”를 면면히 살펴보면, 삶에서 꽃샘추위가 찾아와 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때일수록 화들짝 놀랄 것이 아니라, 눈에 독기를 뿜고 그 굴레를 깨고 출구를 찾아야 한다. 환경 조건의 극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능성, 새로움, 개성을 찾아야만, 흔들리던 하루하루가 방향을 찾는다. 그래서 어제의 난제 위에서 눈부신 떨림을 목도하게 하여야 한다.

“공룡능선을 열 번 정도 넘었다”왜 그렇게 많이 넘었을까? 투명함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뚜렷한 윤곽을 가진 산은 멀리서 보면, 오밀조밀하고 치밀하고 빈틈없이 푸른 완성을 위해 달리고 있다. 들어가면, 다 드러내놓고 느긋하게 향기를 뿜어낸다. 이 얼마나 선명한가. 한마디로 배신을 모르는 무한무늬세상이다. 궁핍도 가난도 비굴도 없다. 거짓말도 삭제되니 득도는 기본, 완벽한 자유다. 그러므로 모든 수식어는 눈만 껌뻑이며 멍청히 서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오솔길이 있다”“이제 나에게 남은 길은 걸어온 길보다 짧다”“등로에 직선의 길은 없다”는 곰곰 생각하지 않아도, 삶의 불모성 좌절 곤경의 극점을 선명하게 지우기 위해, 타자들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고, 끊임없는 낭보를 향해, 배고픈 이리떼의 밤을 건너, 없는 직선의 길을 만들며, 설움이 뭔지 눈물이 뭔지 알 턱이 없는 자에게 울지 않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오로지 내 안의 혁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며, 이때 부르는 노래는 대초원을 달릴 뿐이고,

 아, 치열하고 꼼꼼한 삶 끝에는, 우아하고 풍성한 삶이 있다는 신호를 넌지시 보내고 있다. 네 등쌀에 속 썩어, 내 등쌀에 속 썩어, 그런 말이 왔다 갔다 하면, 속이 썩을 대로 썩을 테니까, 복권 긁을 때의 설렘이면 어떨까. 최소한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자세라면 어떨까. 눈을 흘긴다고 눈을 치뜨면, 그 사이에는 어둠이 살고 있으니까. 틀림없이 살갗을 긁힐 가능성을 지울 수 없다는 훈계는, 참 아름답지 아니한가.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분간이 안 되는 현실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씩씩하게 달리던 것들마저 불안해하던 순간이 그렇다. 이때는 보통 침묵으로 떨고 있는데, 나를 향해 쏟아지는 말들이, 물이 되려나? 얼음이 되려나? 가시가 되려나? 개의치 말고, 그런 언어들을 잉태시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면 안 될까. 그럼 어제의 불량함이 오늘은 선량함으로, 눈부신 떨림이 된다. 본받아야 할 김해진만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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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금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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